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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7 다시 한 살을 더 먹으며 (8)


또 다시 한살을 더 먹는다.
말하기 싫지만 이제 난 서른이다.

서 른
서른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좀 더 안정된다는 것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
일과 가정을 갖게 된다는 것
아저씨가 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적어도 나에게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직도 난 배울게 많고
아직도 난 여리고 다듬어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안정적인 일과 가정은 나에게 먼 미래의 얘기이며
여전히 정신연령은.. 그다지..;;

"나이 서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조금 뭣하지만
서른이 되는 나에게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오늘은 그것을 생각해봤다.
짐의 존재를 깨닫았다는 것인 듯하다.

스무살, 대학에 들어왔을 때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의 일을 시작했을 때 비로소 나는 자유가 되리라 생각했다.
내거 번 돈을 나를 위해 사용하며
나만의 집을 장만하고 내가 좋아하는 가구, 내가 좋아하는 전자제품을 구비하는 삶
휴일엔 훌쩍 멀리 여행을 다니고 오후엔 피아노학원을 다니며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삶

나이 서른이 가까워서야 그 삶을 꿈꾼 것은 오류라는 것을 깨닫는다.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
난 나의 생활비와 융자받은 돈의 이자를 내기 위해 일을 해야했다.
한달간 열심히 번 나의 돈은 겨우 내가 담배를 필 수 있는 정도만의 여유를 허락했다.
헌데 어디 살다보면 담배만 피고 살아야하나. 부모님께 드릴 돈도 가끔 필요했다.
난 그게 버거웠고 부담스러웠고 억울했다.
나 쓸 돈도 없는데..
게다가 세금도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한달에 5만원씩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가는데 어찌나 국가가 원망스럽던지.

그러던 나는 더 궁핍한 생활로의 도전을 감행했다.
대학원 입학.
약간의 조교비를 학교로부터 받기는 했지만 방값내기에도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더구나 당시엔 우리 연구실에서 하는 프로젝트가 없어서 인건비도 못받았고
석사이기에 필요한 후배들의 술값 밥값도 주머니에서 나가야만 했으며
일년에 두번 명절이라는 때에 큰집엘 가면 종친회비를 아버지 대신 내라고 얘길 들었다.

넓은 세상에서 홀로 서기는 정말 쉽지가 않더라.
혼자살기도 버겁고 무섭고 슬픈데 나에겐 그 뿐이 아니였다.
학생운동 하는 후배들은 나에게 생활비 좀 보태달라고 잊을만하면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하시는 일이 잘 되지 않으시는데다 돈이 모자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하셨고
어머니는 일을 시작되질 않아 기다리시는 동안 역시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셨다.
학기당 600만원을 육박하는 등록금. 1년 300만원의 방값. 한달 40만원의 은행이자. 한달 15만원 상당의 각종 요금.

왜 나에게 이렇게 짐을 지우시나요??!!!
잠시 한 때 난 가족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 땐 내가 몰랐던 것이 있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진 나의 존재 자체가 부모님께 무거운 짐이였다는 것.
부모님께서 먹고살기 아무리 힘들어도 "나"라는 짐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끝까지  짊어지고 나가야만 했다는 것을 난 몰랐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
그것은 자유라기보다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뜻인가보다.

대학교 시절 알아서 공부해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하는 짐
학자금 융자받은 것의 이자를 내야하는 짐
나의 생활비는 스스로 감당해야하는 짐
내가 누울 방구석을 스스로 구하고 월세를 내야하는 짐
선후배에게 도움받은 것 만큼은 도움을 다시 나눠야하는 짐
조금씩 조금씩 더 부모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옮겨받을 일
비싸디 비싼 대학원 박사과정 등록금 부담의 짐

쉬지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저는 이렇게 힘들기만 한가요?
여름에 수영장, 겨울에 스키장 한번 가볼 생각조차 안하고
남들 놀 때 열심히 일했고 매일 새벽까지 주경야독했는데 왜 나아질 기미가 없는건가요?

이런 원망섞인 질문은 이제 그만.

어머니 아버지, 생활비 많이 못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저도 얼마나 가슴아픈지 몰라요.
한번 부모님 여행조차 보내드리지 조차 못했어요.
여행은 고사하고 맘편히 지내게 해드리지도 못하고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용돈 못드려서 정말죄송해요. 저도 다른 사촌들처럼 잘 해드리고 싶어요.

이런 자기비하도 이제 그만.

인정해야지. 바로 이것이 나의 상황이라는 것을.
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과 함께 왼발을 한보 앞으로!
서른이 짐을 짊어지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나에게 짐을 올려놔주세요.
끝까지 걸어가보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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